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3장 - 남겨진 공허

by Blahzone 2024. 12. 8.
 

3장 - 남겨진 공허

리아는 눈을 떴다. Blahzone에서의 기억은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흩어져 있었다. 그녀는 어디서 깨어났는지도 몰랐다. 주변은 푸르스름한 새벽빛으로 가득했지만, 익숙한 장소가 아니었다. 마치 낯선 세상에 혼자 떨어진 듯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찾아왔고,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떠올릴 수 없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잃어버린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떠올릴 때마다 더 커져 갔다.


낯선 동반자

리아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숲길을 걸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지만,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렇게 혼자 걸어가는 거야?"

리아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어딘가 익숙한 듯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본 적이 있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넌 누구야?" 리아가 물었다.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넌 날 잊었겠지만, 난 널 잊지 않아."

리아는 그 말을 듣고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너를 왜 알아야 하지?"

남자는 리아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지금부터 널 도와줄 수 있다는 거야."

리아는 그의 말을 의심스러워했지만, 알 수 없는 신뢰감에 이끌려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사라진 기억의 조각

리아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낯선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숲길을 따라 걷는 동안 그녀의 앞에 작고 빛나는 조각들이 나타났다. 그것들은 마치 Blahzone에서 그녀가 모았던 기억의 조각들처럼 보였다.

"이게 뭐지?" 리아는 조각을 들여다보며 속삭였다.

조각 속에는 흐릿한 영상이 비쳤다. 그것은 두 아이가 함께 웃으며 손을 잡고 있는 장면이었다. 리아는 그 모습이 어딘가 익숙했지만, 누구인지 떠올릴 수 없었다.

그 남자는 리아의 곁에 다가서며 말했다.
"그건 네가 잃어버린 것들이야. Blahzone에서 나온 대가로 남은 흔적이지."

리아는 조각을 쥔 채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 조각들을 모으면… 내가 뭘 잃었는지 알 수 있을까?"

남자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조각을 모으는 건 쉽지 않을 거야. 그 대가로 더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할 수도 있거든."


새로운 길의 시작

리아는 조각을 품에 안고 결심했다.
"난 내가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 알아야겠어. 그게 아무리 아프더라도."

남자는 미소 지으며 그녀의 옆을 걸었다.
"그럼, 나도 함께할게. 네가 가는 길이 쉽지 않더라도 혼자 걷게 하진 않을 거야."

두 사람은 조각을 따라 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길이 깊어질수록 주위의 풍경은 점점 더 낯설어지고, 현실과 꿈의 경계가 다시 흐려졌다. 리아는 자신이 Blahzone에서 정말로 빠져나온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그곳의 일부로 갇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있는 남자가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존재인지, 아니면 또 다른 시험의 일부인지도.

"네가 누구인지 다시 물어볼게." 리아는 고개를 돌려 남자에게 물었다.
"넌 나를 왜 도와주는 거야?"

남자는 발걸음을 멈추고 리아를 응시했다.
"그 답은 네가 기억을 모두 찾았을 때 알게 될 거야. 지금은 그저 믿어줘."

리아는 묘한 불안감 속에서도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잃어버린 조각들을 모두 찾기로 결심하며 또 다른 미지의 길을 걸어갔다.

하지만 그녀가 발견하게 될 진실은, 그녀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큰 대가를 요구할지도 몰랐다.

 

리아와 남자는 숲길을 따라 점점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나무들은 점점 더 거대하고 복잡한 모양으로 뒤틀리기 시작했고, 공기는 묘하게 무거워졌다. 리아는 가끔씩 발 아래에서 반짝이는 또 다른 기억의 조각을 발견했지만, 그것들은 점점 더 어렵게 숨겨져 있었다.

"왜 이렇게 기억의 조각들이 숨어 있는 것 같지?" 리아가 속삭이듯 물었다.

남자는 리아를 잠시 바라보다 답했다.
"그건 네가 기억하고 싶지 않아 하기 때문일지도 몰라. 기억은 때로는 보호막이기도 하거든."

리아는 그 말에 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이제껏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과정이 두려웠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조각을 손에 들 때마다 더 커졌다.


에단의 흔적

얼마 후, 리아는 또 하나의 조각을 발견했다. 이번 조각은 이전과 다르게 뜨거운 열기를 띠고 있었다. 그녀가 손에 들자마자 조각 속에서 영상이 떠올랐다.

영상 속에는 어린 리아와 한 소년이 있었다. 두 사람은 밤하늘 아래에서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넌 무서울 때 어떻게 해?"
"그냥 널 생각해. 그러면 아무리 어두워도 괜찮아."

리아는 순간적으로 가슴이 저릿했다. 영상 속의 소년이 에단이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은 조각난 퍼즐처럼 모호했고, 그녀는 그때의 대화를 온전히 떠올릴 수 없었다.

남자가 조각을 바라보며 말했다.
"에단… 그 이름이 네게 중요한 거구나."

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에단. 난 그를 찾아야 해. 하지만 왜인지 모르겠어… 그를 찾아야만 한다는 느낌만 남아 있을 뿐이야."


기억의 대가

둘은 계속 길을 걸으며 더 많은 조각들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각이 늘어날수록 리아는 점점 더 무거운 감정에 사로잡혔다. 조각을 손에 들 때마다 떠오르는 기억들은 모두 에단과 관련된 것이었고, 그 안에는 깊은 슬픔과 희생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어느 순간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에단은 나에게 그렇게 중요한 걸까? 그가 내 동생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잃어버린 사람이라서일까?"

남자는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다.
"기억은 때로 감정보다 더 큰 진실을 숨기고 있어. 네가 에단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는, 그가 너의 일부였기 때문일지도 몰라."

리아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이어 발견한 조각은 그녀를 깊은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진실의 조각

이번 조각은 이전과는 달리 날카로운 느낌을 주었다. 리아가 그것을 손에 드는 순간, 강렬한 기억이 떠올랐다.

영상 속에서 에단은 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Blahzone에 들어가야 해. 네가 안전하려면, 내가 모든 걸 맡아야 해."

"안전하다니? 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리아의 어린 모습이 소리쳤다. 하지만 에단은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넌 더 큰 일을 해야 할 사람이야. 나보다 더."

기억이 끝나자, 리아는 손에서 조각을 떨어뜨렸다.
"에단이 Blahzone에 스스로 들어갔던 거야?"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네 대신 선택했던 거지. 하지만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아무도 몰라."

리아는 혼란스러웠다. 그녀가 에단을 구하기 위해 Blahzone에 들어왔지만, 정작 에단은 그녀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것이다.


남겨진 질문

리아는 땅에서 떨어진 조각을 다시 집어들며 결심했다.
"에단이 그랬다고 해서 내가 여기서 멈출 순 없어. 내가 왜 이런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 진실을 밝혀야 해."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 네 결심이 Blahzone을 끝낼 열쇠일지도 몰라. 하지만 마지막 조각을 찾는 건 쉽지 않을 거야."

리아는 그 말을 듣고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남자의 손을 잡고 다시 길을 걸었다.

하지만 Blahzone의 깊은 어둠 속에는 그녀가 상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비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에단과의 관계를 넘어서, 이 세계와 그녀 자신에 대한 본질적인 진실과 연결되어 있었다.


리아는 마지막 조각을 찾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진실을 모두 마주했을 때, 그 선택이 무엇을 가져올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었다.